2014/01/30

jardin du luxembourg

어버버버...

어학원 최종 등록하러 소르본으로 향했으나...(서울에서 한 건 가등록)
최근에 다른 곳으로 이전한 모양이다. 몽파르나스 쪽으로...
안 되는 불어로 손짓발짓 총동원 열심히 물어가며 사무실 찾았으나 정작 문은 잠겨 있고,
알고 보니 그렇다는 것. oh là là!!!!
raspile역에 있는 어학원을 찾아 후다닥 이동.
도착해서는 계속 어버버버...
어학원에 등록하러 온 사람이 배워보겠다는 언어를
이미 유창하게 하는 것도 정상적인 풍경은 아니지만
그렇다 해도 나 오늘 넘 어버버...
등록 증명서 받고, 학생증도 만들고...(과년한 내게 이거 참 오랜만)

낼 오전 11시에 레벨 테스트.
실력보다 수준 높은 반에서 배우는 게 낫다는 사람
그것보다 안정적인 수준에서 배우는 게 자신감도 붙고 좋다는 사람
조언도 가지가지지만
암튼 난 내일 어느 정도 가지런한 대화를 나누고 싶다.

어학원 등록 마치고 나서 아는 분의 친구를 만났다.
정말 나와는 아무런 연관이 없는 분인데,
자신의 친구가 소개했다는 이유로 여러가지 도움을 주려 하신다.
파리에서 10년 넘게 살았고, 그 사이 프랑스 남자와 결혼도 하셨고,
센 강 근처에 사무실도 내신...여러모로 탐나는 능력을 갖고 계심.
어려운 일 생겼을 때 부담 없이 연락하라고 몇 번이고 힘주어 말씀해주셔서
마음이 따땃해졌다.

파리는 오늘도 흐림.
점심 무렵 잠깐 해가 비치더니,
정말 아주 잠시 그러더니 이내 제모습 찾아 흐린 하늘로.
그래도 서울보다 안 춥다.
파리 추울까봐 쫄았는데 역시 추위는 서울이 갑.

soldes

 
파리는 지금 대박 세일 기간이다. 상점마다 'soldes'를 써붙여 놓았다.
세일이 막바지를 향할 때는 70퍼센트까지도 떨어진다고 한다.
나도 사고 싶은 구두가 두 개나 된다.
일단 꾹 참고 나왔는데 아마도 내일 가서 하나는 살 듯하다.
타국에서도 어찌할 수 없는 신발 욕심.

퐁마리(pont marie) 역 근처에 앤티크숍이 즐비한 골목이 있는데
어쩜 가게들마다 개성이 남다르고 아기자기하고 예쁜지...
시간 넉넉히 잡고 와야 후회 없을 곳.
여기 구경하고 마레 지구로 슬슬 넘어가려 했는데
영어 잘하는 프랑수아 아저씨가 집요하게 말걸와서 중간에 생폴 역에서 지하철 타고 말았다.

2014/01/29

arrivée

잘 도착...^^
je suis arrivée bien à paris.

서울은 자정을 넘긴 시간에, 하지만 여긴 오후 4시 반.
서울보다 8시간 느린 파리.
역시 보슬비가 내렸다.
겨울의 음습함, 우울함이야말로 이곳의 진면목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잠깐.

민박집 아저씨가 거처도 정하지 않고 왔다고
내게 "용자"라 하셨음.ㅋㅋ

내일은 소르본대학교로 가서 등록하고 레벨 테스트 일정도 잡고.
집도 알아보러 다니고.
시차 적응하기 위해 두 시간 정도 좀더 버티다가 잠자리에 들려 한다.
서울 시간으로 치면 밤 꼴딱 새고 아침 7시 정도에 자는 거임.

민박집에 머무는 사람들로부터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낭트에서 일하는 건축가가 하는 소리가 파리보단 지방에서 어학 연수 하는 게 훨씬 좋다고.
6월에 파리에서 어학 연수 끝나면 낭트로 넘어가고 싶다는 생각이 불쑥.
자크 드미가 낭트 출신인데, 쥘 베른 또한 낭트에서 태어났다고 한다.
암튼 낭트, 투르, 앙제, 릴르, 낭시...이쪽이 어학 공부하기에는 좋다고 함.

오늘 파리에 도착해서 내가 소화할 수 없는 다량의 인풋 축적.

2014/01/26

D-2 quels livres dans ma valise

나와 함께 갈 책들...
몇 번을 보아도 새로운 감흥을 주는 책을 가져가면 될 것 같다는 생각으로
종종 위안이 됐으면 하는 작은 바람을 담아
먼 여행인 만큼 책의 무게까지 고려하여 리스트 뽑아 봄.


시네마토그래프에 대한 단상 (로베르 브레송)
: 주저함이 없는 글이다. 브레송은 그만큼 깊고 고독한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마음이 방황한다 싶을 때 그래서 읽어야 한다.

글렌 굴드 피아노 솔로 (미셸 슈나이더)
: 굴드를 이렇게 읽어주는 미셸 슈나이더의 아름다운 재주. 단지 그 이유로.

카스테라 (박민규)
: 찬바람 많이 쐰 날 봐야 할 박민규의 따뜻하고 귀여운 픽션.

밤이 선생이다 (황현산)
: 제목처럼 헛된 밤을 보내지 않기 위해. 밤이 주는 배움을 놓치지 않기 위해. 일종의 주문이다.

애인은 토막 난 순대처럼 운다 (권혁웅)
: 선물한 사람의 마음을 그대로 가져가고 싶다. 시를 음미하는 시간은 그곳에서.


2014/01/25

D-3 L'hiver de Paris est la pluie...

틈 날 때마다 파리 날씨 체크.
정말 거긴 겨울에 비만 내리나 싶다.
날씨 체크할 때마다 5일 연속 비가 내린다.
29일 도착하는 날에도 물론, 비가 온다.
겨울, 파리에선 비를 그냥 받아들여야 정신 건강에 이로울 듯.
습한 잿빛 겨울을 지나 봄을 맞을 때의 그 기쁨... 그거 믿고 계절을 잘 건너볼 생각.

2014/01/23

Sur Bresson

Ces mots sont plus que des notes de journal d'un réalisateur expérimenté. Ces mots sont des cicatrices, des marques de souffrance, des joyaux. Dans notre nuit (la nuit de la création qui doit nécessairement venir pour que s'allume l'écran), ils brillent comme des étoiles, nous montrant le simple et difficultueux chemin vers la perfection.

Le Clézio

D-6

장기 여행 떠나기 일주일도 남지 않았다.
정말 얼마 남지 않았네.
겨울에 떠난다는 것, 도착해서 머물 곳을 찾아야 한다는 것 말고는
tout va bien!

2014/01/22

saul leiter

뒤쪽, 어렴풋이 보이는 글자는
cafe de flore
그러므로 지금 이 여인이 커피 한잔을 앞에 두고 무언가를 쓰고 있는 곳은
les deux magots 
 
지난해 여행 중에 알게 된 사진작가 Saul Leiter.
다채로운 색을 어렴풋하게 잡아내는 데 탁월한 재주가 있는 사람.

la vie...


2013년 5월, 파리 뒷골목에서 만난 클리셰.
La vie est belle...

encounter



허공에 떠 있는 손.
어떤 희망을 품고 있는지는 모를.

고다르의 <누벨 바그>

la chambre verte

여기서 다시 시작.
가늘고 길게 가는 시간을 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