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그러니까 6월 23일 월요일의 소사.
프랑스 공공도서관에서의 매너를 몰랐던 통에 생긴 에피소드.
오후에 팡테옹 옆에 있는 상트 준비에브 도서관(Bibliothèque Sainte-geneviève)에 갔다. 보통은 집에서 3~4분 거리에 있는 작은 도서관을 이용하지만, 월요일은 정기 휴일이다. 상트 준비에브 도서관은 일요일에 문을 닫는다. 그래서 감.
자리 잡고 숙제하고 있었다. 나름 집중해서 하고 있는데, 갑자기 도서관 직원인 할머니 한 분이 나타나 내게 하는 말, "Partez!(빠흐떼: 떠나세요)"
갑작스럽기도 하고, 할머니의 표정과 태도가 강경하기도 해서 어리둥절.
그래서 왜 그러냐고 물으니, 생수병을 왜 책상 위에 놓았냐는 것이다. 도서관 더러워지면 어떡하려고 그러냐는 요지였던 듯. 그래서 가방에 넣겠다고 하니까, 그래도 "Partez!"
내가 어찌할 바를 몰라 주저하니까 그런 나를 보고 완전 짜증난다는 표정으로 하는 말, "C'est bizzard!(쎄비자흐: 이상하네)"
나 또한 정말 그 할머니의 태도가 상식 밖으로 이상했던 터라, 일단 생수병을 들고 열람실을 나갔다. 쓰레기통에 물병을 버리고 다시 자리로 돌아와 하던 거 하려니까, 화가 치밀어서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오늘 똥 밟았네 하는 심정으로 집으로 왔는데, 그 할머니의 태도가 상식 이상으로 무례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어서 괴로웠다. 파리지엔느 정이씨한테 하소연을 하니까 프랑스 도서관에서는 일반적으로 물병을 바닥에 놓는다고, 그냥 오늘 하루 운이 안 좋았다 생각하라고 조언해주었다.
오늘 아침 수업 시작하고 나서 선생님께 이 에피소드를 얘기했다. "어제 사고가 있었어요, 도서관에서. 생수병을 책상 위에 올려놨는데, 갑자기 도서관 직원이 와서는 저보고 떠나라는 거예요. 그녀의 태도가 무례해서 무서웠어요. 왜 제게 화를 냈을까요."
이야기를 듣고 난 후 선생님이 내게, 그 직원이 했던 말이 "Partez(빠흐떼: 떠나세요)"가 아니라, "Par terre(빠흐 떼흐: 바닥에)"가 아니었냐는 것이다. "네?"
도서관 할머니가 내게 했던 말은 물병을 책상 위가 아닌 바닥에 내려놓으라는 뜻의 "Par terre"였다. 어제까지 몰랐다가, 파리에 온 후 처음으로 이상하다는 말까지 들으며 이건 모욕이다 싶을 정도로 감정이 상한 후에 알게 된 말, Par terre.
악!!! 희영 당황한 모습 눈에 선해. 그래도 불어 선생님한테 저렇게 길게 설명도 하고, 멋있다!!
답글삭제어찌나 억울하던지...ㅜㅜ 서울 같았으면 민원 들어갔지요.
답글삭제강경한 표정이 말보다 더 서러웠을 듯.
답글삭제보아하니 매너를 모를 거 같으면 소곤소곤 말해줬음 좋았을텐데.. 혹독한 매너 훈련.. ㅠㅠ
이제는 트라우마로부터 좀 벗어났지만, 그 할머니는 나쁜 사람이야. 못됐다는 표현은 종종 쓰지만, 그보다는 나쁘다는 표현을 쓰고 싶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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