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4/30

Tant de temps

Le temps qui passe
Le temps qui ne passe pas
Le temps qu'on tue
Le temps de compter jusqu'à dix
Le temps qu'on n'a pas
Le temps qu'il fait
Le temps de s'ennuyer
Le temps de rêver
Le temps de l'agonie
Le temps qu'on perd
Le temps d'aimer
Le temps des cerises
Le mauvais temps
Et le bon et le beau
Et le froid et le temps chaud
 
-Philippe SOUPAULT
 
 

2014/04/28

FRANÇOIS TRUFFAUT + MARGUERITE DURAS


풀밭 위 트뤼포와 뒤라스.
트뤼포는 1932년에 태어나 1984년에 죽었고, 뒤라스는 1914년에 태어나 1996년에 죽었다.
올해로 트뤼포는 죽은 지 30년이 됐고, 뒤라스는 태어난 지 100년이 됐다.
두 사람을 기리는 두 권의 특별판 잡지가 비슷한 시기에 만들어졌다.
잡지 속 화보를 보는 것만으로도 흡족하다. 정말 데이터의 퀄리티가 남다르다.
시네마테크 프랑세즈에서 무르나우의 <선라이즈>를 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식물원 어느 잔디 위에 두 권을 놓고 찰칵. 생전에도 만난 적이 있을 두 사람이 죽은 후에 이렇게 다시 만났다.

2014/04/26

FIGURE DE DOS


 
 
타인을 담을 때, 뒷모습이 내겐 좀더 수월하다.
누구에게나?
 
베니스에는 정말 좁은 골목이 많다. 폐쇄공포증이 있는 사람은 어느 순간이 되면 고통을 호소할지도 모를 정도로. 좁은 골목길과 그 틈 사이로 멀리 보이는 풍경이 베니스의 아주 큰 매력이다. 여지없이 그런 멋진 곳이 나올 때마다 셔터를 누르곤 했는데, 종종 이렇게 딱 그 순간에 누군가가 나타나 사진을 완성해주면 감사할 뿐. 뒷짐지고 느릿 걸어가는 근사한 모습의 신사.
 
아래
어느 물길 위에서 만난 곤돌라와 곤돌리노. 지나가는 누군가와 얘길 나눈 후 고개를 돌려 다리 위에 있는 나를 보자 "곤돌라 곤돌라" 하면서 타겠냐고 한다. "농 메흐씨Non merci".(프랑스어를 잘하는 것도 아닌데, 아주 기본적인 표현들은 이미 입에 붙어서, 베니스 여행 첫날엔 마담, 실부쁠레, 메흐씨, 빠흐동...이 입에서 떨어지질 않았다.)  

LES GENS DE VENISE



 


확실히 여기 사람들은 세상의 속도에 예민하지 않은 거 같다.
자기만의 리듬을 나름대로 잘 유지해가는 듯한.
딱히 무언가 서두르는 일이 별로 없고,
낮에 걸어둔 빨래도 저녁이 됐다고 해서 후다닥 걷지 않고,
길을 걷다 휴식이 필요하면 카페 한잔, 젤라또 하나,
혹은 허기 지면 피자 한조각 사먹으며 시간을 보낸다.
여행자들이 많아서 가능한 풍경일 수도 있지만...
줄이 길면 그냥 기다리면 되는 것이지, 그닥 표정에 변화가 없다. 조바심 내지 않는다.
그래서 약속 시간에 늦는 게 그닥 미안한 일이 아니고,
그렇게 서로의 시간이 조금씩 어긋나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근데 그 어긋남에 대해서 서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듯.
그래서 계속 이렇게 각자의 리듬을 유지하면 살 수 있는 것일까.

MON VOYAGE VENISE


 


Buon giorno!
 
파리 체류 중 첫 유럽 여행, 베니스. 4월 17일부터 21일까지. 언제나 피렌체를 가야지 하고 생각했으나 베니스를 다녀왔다. 베니스가 최고다, 피렌체는 실제보다 과대평가된 곳이라는 이탈리아 친구의 말을 듣고, 그래 베니스에 가자, 다소 즉흥적으로 결정을 내렸고, 그렇게 다녀왔다.
트레비조 공항에 내려서 공항 리무진을 타고 삐아짤레 로마(P.le Roma)에 도착하기 전까지는 여느 도시 풍경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거기에서 수상버스(Vaporetto)를 타려는 순간부터 아주 색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물 위의 도시 베니스를 그간 사진으로만 글로만 봤지, 실제로 그 물결 위에 몸을 맡긴 채 몇 백 년 묵은 오래된 건축물을 보니 좀 신기했다. 섬 중앙에 나 있는 카날 그란데(Canal Grande)를 따라 수상버스를 타고 올라가면서 바라본 건축물들은 마치 물 밑에서 융기한 듯, 그렇게 생경하기도 하고 시간의 테를 간직한 채 우뚝 서 있는 모습이 숭고하기도 하고.
베니스에 대한 첫인상은 한없이 평화롭다는 것이다. 좁은 골목길에 스쳐지나는 사람도 많고 카페 테라스에서 신나게 떠드는 사람도 많고, 아무튼 사람이 가득해도 뭔가 마음이 차분해지는... 깊은 산속 사찰에 온 것도 아닌데 느껴지는 이 감 잡기 애매한 평화로움의 정체가 뭘까 싶었는데, 베니스에는 자동차가 없었다. 분명 사람의 밀도가 높고 번잡한 곳이지만 자동차가 없음으로 인해 도시의 분위기가 이렇게 달라지는 것이다. 일단 소리가 하나하나 선명해지는 것 같았다. 카페에서 이야기하는 사람들 소리, 새가 지저귀는 소리, 좁은 골목 사이사이 난 수로 위로 출렁이는 물결 소리, 무엇보다 살랑대는 바람 소리. 자동차가 없는 도시에서 느낄 수 있는 기분 좋은 소리의 앙상블.
 

2014/04/21

QUATRE FEMMES À VENISE




 
베니스에서 도르소두로(Dorsoduro) 지역이 천천히 걸으며 산책하기 좋았던 것 같다. 도르소두로는 베니스 본섬에서 서쪽 아래에 자리하고 있는 곳인데, 아카데미아 미술관, 페기 구겐하임 콜레치오네, 푼타 델라 도가나 등 들르고 싶었던 미술관이 있고, 숙소도 이쪽이었다. 관광객이 산 마르코 광장이 있는 산 마르코(San Marco)와 리알토 다리가 있는 산 폴로(San Polo)에 집중돼 있는 반면, 도르소두로는 카날 그란데 쪽을 벗어나 동네 안쪽으로 좀 들어가면 한산한 기분까지 들었다. 그래서 만날 수 있는 여인들이 아니었는지.

2014/04/16

QUATRE FEMMES

 
 
1월의 할머니
janvier 2014, dans la rue saint-paul
 
 

 
2월의 할머니 
février 2014, quelque part au marais
 
 
 
3월의 할머니
mars 2014, dans l'art de bill viola
 
 
 
4월의 할머니
avril 2014, dans le jardin du luxembourg
 

MERCI BEAUCOUP


 
지난해 12월 회사를 그만둘 때까지 손에 잡고 있었던 책. 박영택 선생님과 이 책에 대해서 처음 논의했던 게 2008년 가을이다. 그때 날씨, 내가 입었던 옷, 선생님을 마중나가던 길 등 기억이 생생하다. 그때 처음 뵀다. 그동안 선생님과 두 권의 책을 만들었고, 세번째 이 책은 결국 마무리 짓지 못했다. 선생님께서 책을 이곳으로 보내주셨다. 당연히 보내드리죠. 주소 주세요. 여기서 홍보 열심히 해야지. 퐁피두 센터 갈 때마다 손에 들고 갈까 보다.

2014/04/02

AGNÈS VARDA



CLÉO DE 5 À 7 (1962)

mardi 1 à 19h30, avril
le champo
le rendez-vous d'agnès varda

바르다 감독을 만났다. 아니, 보았다. 며칠 전, 극장 르샹포(LE CHAMPO) 앞을 지나다가 4월 1일 화요일 저녁에 바르다 감독과의 대화가 있다는 걸 알았고, 오늘 바르다 감독과 그의 영화 <5시에서 7시까지의 클레오>를 보았다. 2001년 서울여성영화제에서는 바르다 감독 특별전을 했었다. 그때 이 영화를 봤다. 13년 전 서울에서 한 번, 그리고 오늘 파리에서 한 번. (언젠가 또 다른 도시에서 이 영화를 만나게 되면 그때도 보고 싶다.) 표를 살 때 때마침 바르다 감독이 옆에 있어서 반가운 마음에 "bonsoir madame" 했더니 내 손목을 한번 지긋이 잡아주고 느릿하게 발길을 옮기셨다. 표를 산 후 줄을 서고 상영관 안으로 들어갈 찰나에 매표소에 붙은 포스터를 찍어야겠다 싶어서 카메라를 들이댄 순간 알았다. 그 안에 바르다 감독이 앉아 있었다. 포스터 속 클레오와 매표소 창문 너머 바르다의 얼굴을 한번에 담을 수 있는 행운이 오늘 내게 주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