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한 권 샀다.
자끄 프헤베흐Jacques Prévert, <빠홀르Paroles>
두서없이 읽고 싶은 거 보다가
맘에 들기도 하고 비교적 쉽게 읽히기도 하고
그래서 한번 차분히 옮겨볼까 싶어서 해봄.
꽃집에서
-자끄 프헤베흐
한 남자가 꽃집에 들어간다
그리고 꽃을 고른다
꽃집아가씨가 그 꽃을 포장한다
남자는 돈을 찾기 위해
주머니에 손을 넣는다
꽃을 살 돈
그런데 그는 동시에
갑자기
손을 심장에 가져다대고는
쓰러진다
그가 쓰러진 그때
돈은 바닥 위를 구른다
그러고 나서 꽃들이 떨어진다
남자가 동시에
돈이 동시에
그리고 거기에 꽃집아가씨가 있다
구르는 돈과 함께
망가진 꽃들과 함께
죽은 남자와 함께
분명 이 모든 것은 너무 슬프다
그리고 그녀는 무언가를 해야 한다
꽃집아가씨
그런데 그녀는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른다
그녀는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른다
할 게 너무 많다
죽은 이 남자와 함께
망가진 이 꽃들과 함께
그리고 이 돈
구르는 이 돈
멈추지 않고 구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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