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도 별로 없던 식탐이 여기서 생겼다. 식탐이라기보다는 왕성한 식욕이라고 할까. 암튼 배꼽시계가 울리면 뭘 먹어야 한다. 평소 먹던 양보다 많이, 그리고 다양하게. 일단 빠리 거리엔 맛있는 빵집이 서울에 편의점 있듯이 있다. 간혹 맛이 별로인 집도 있지만 정말 드물다. 대개 기본은 한다는 게, 실패할 확률이 적다는 게 사먹는 입장에서는 안심이다. 쇼윈도, 프랑스어로는 비트린(vitrine)이라고 하는데, 일단 비트린 너머 보이는 먹음직스런 빵이나 갸또(gâteau, 조각 케이크나 단맛이 강한 파이 등, 무지하게 쁘띠하고 사랑스러운 디저트)를 그냥 지나치기 쉽지 않다. 단맛을 그닥 즐기지 않았던 나인데... 여기선 그 맛에 눈뜨고 있다. 이와 더불어, 특히 달디 단 과일잼에 빠졌다. 아침마다 생크림과 과일잼(특히 무화과로 만든)을 3 대 1 비율로 준비하고 식빵이 구워지면 얹어 먹는다. 아침을 이렇게 먹고 점심도 거의 빵이다. 샌드위치 아니면 달팽이처럼 생긴 빵(그리하여 이름 또한 에스카르고. 빵에 쇼콜라를 넣느냐 건포도를 넣느냐에 따라 에스카르고 오 쇼콜라escargot aux chocolats, 에스카르고 오 헤장escargot aux raisins이라고 부른다.)을 주로 먹는다. 그리고 저녁은 약속이 있으면 여지없이 술에 육식을 하고, 약속이 없어도 맛난 맥주를 한잔한다. 르페 블롱드(Leffe blonde)가 요즘 즐겨 마시는 맥주. 살짝 단맛이 도는데 풍성한 거품이 꽤 오래 가서 좋다. 서울에서 레드와인에 대한 안 좋은 추억이 여럿 있어서 아직은 조심하고 있지만 그 빗장이 언제 풀릴지는 모를 일. 암튼 이렇게 먹는 일이 많고 먹는 양이 평소보다 늘다 보니, 몸무게도 자연스럽게 늘었다. 바지가 꽉 끼기 일보직전이라 조깅이라도 해야 할 듯. 지금 나의 식욕은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라 억압할 일은 아닌 거 같고, 어차피 공원도 많겠다 뛰는 게 참 좋은 생각이긴 한데, 뛴다는 게 또 내겐 생경한 일이라... 시간과 템포를 정해놓고 빨리 걷는 게 어떨까 싶다. 슬슬 봄도 오는 듯하고... 당장 내일부터 시작해볼까. 미루는 일 없이.
억압은 무슨!!!! 즐겨요!!!
답글삭제그니깐...ㅋㅋ 어리석은 짓 안 할라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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