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일 일요일, 마레에 있는 스웨덴 문화원에서 브런치 약속이 있었다. 정이씨 블로그에서
스웨덴 문화원 브런치가 맛나다는 글을 보고 한번 가보고 싶다고 했더니 바로 약속 잡아주셨다. 스웨덴 문화원은
비교적 큰 마당이 있는 ‘ㄷ’ 자 형태의 흰 건물이다. 스프, 샌드위치, 케이크, 커피 이런 구성으로 여유 있게 먹어도 18유로 정도면 만족스런 브런치가 가능하다. 맛도 훌륭하고 공간도 좋고…
이날 정이씨가 3년 전 이곳에서 우연히 만난
이탈리아 사진가 베로니카를 소개해줬다. 베로니카 완전 배우 같은 외모…너무
예뻐서 실례였을지 모르겠지만 계속 바라봄. 주로 인물 사진을 찍는데 곧 새로운 촬영을 위해 벨기에 갈
예정이라고 했다. 이탈리아인들의 이주를 주제로 한 사진을 찍는 중인데 벨기에에 가서 사람들
인터뷰하고 사진도 찍고. 남편 파블로도 매력적이다. 파블로는
클래식 기타리스트이면서 소설도 쓴다. 책이 이미 이탈리아에서 몇 권 나왔다고 한다. 암튼 그도 배우 같다. 잘생겼다기보다는 사람이 풍기는 기운이 그렇다. 안 그래도 내가 배우 같다고, 어느 영화에선가 본 거 같다고, 아마도 그리스 영화, 테오 앙겔로풀로스 영화… 그랬더니 만족하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진짜 앙겔로풀로스 영화에서
본 듯한 잿빛 구름 같은 분위기를 가졌다. 예사롭지 않다.
정이씨
부부가 베로니카 파블로와 얘기하는 걸 옆에서 보고 있다가… 그들이 이탈리아 사람이기도 하고 정이씨가
나를 출판사 편집자라고 소개를 했기에, 뭔가 내쪽에서 화제를 하나 던지면 좋겠다 싶어서, 작년에 편집한 이탈리아 책 <상상박물관(il museo immaginato)> 이야기를 꺼냈다. “그
책 알아요? 필리페 다베리오(Philippe Daverio)가
쓴 <상상박물관>?” 그랬더니 바로 안다고 하면서
다베리오가 자기 아버지 친구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자기 아버지의 홈페이지를 알려주면서 들어가보라고 한다. 아버지가 조각가다. 작품도 좋다.
아버지의 이름은 알레산드로 리바(Alessandro Riva). 다베리오가 자기 아버지
작품 수집가이고, 구글에 다베리오와 자기 아버지 이름 같이 치면 함께 찍은 사진도 나온다고 알려준다. 자기네 집에 책도 있다고… 그러면서 나중에 한번 초대하겠다고 한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프랑스 사람처럼 같은 라틴계지만 훨씬 자유분방하고 수다스럽고 유쾌해서 재밌는 것 같다. 의자에 앉자마자 이야기하기 시작해서 마가 뜰 틈이 없다. 말 속도도
빠르다. 처음 만난 사람한테도 오픈 마인드. 표정에서 느껴진다. 나도 이탈리아 사람들의 호방함을 말로만 들었지 뭐 지금까지 만나봤어야지. 암튼
곧 클래식 기타 연주 앨범도 나오고, 기념하여 작은 레스토랑에서 공연도 하고… 다재다능한 사람이다 싶었다. 아 부럽다 이 재능들.
근데 파블로가 오늘 글을 하나 보내줬다. (아마도 자기 소설이 출간되고 있는) 출판사 사이트에 연재하고 있는
콩트 얘기를 한 걸 어렴풋 기억하는데, 그때 그걸 내게 보내주겠다고 했었던 모양이다. 나는 잘 못 알아들으니까… 이메일 주소야 교환했더라도 글을 보내줄지 몰랐는데… 오늘 메일이
이렇게 왔다. “봉주흐 희영, 우리 스웨덴 문화원에서 만났었지. 나 그리스 배우 닮은… 기억해? 여기
약속했던 글이야.” 첨부된 파일을 열어보니 A4 4장짜리
원고. 읽고 싶다 읽고 싶다. 그런데 읽기 넘 어렵다. 나의 한계를 뛰어넘는 글이다. 처음 파일을 열었을 때는 밤을 새서라도
읽고 감상문을 보내야지 했는데 대략 스캔해본 결과, 난 번역가가 아니니까… 그러고 나서 답메일을 보냈다. “봉주흐 파블로, 당연히 기억하지. 그때 당신이랑 베로니카 만나서 즐거웠어. 글 보내줘서 고마워. 나 아직 프랑스어를 잘 못 읽어. 하지만 사전 찾아가면서 읽을게. 아참, 나 베니스 비행기 티켓 예매했어. 4월 17일 떠나서 일주일 동안 머물 예정이야. 정말 기대돼. 고마워 다음에 봐.” (만났을 때
4월 봄방학 때 바르셀로나 갈 생각이라고 했더니, 베니스가 최고라며 유럽의 다른 도시는
안 가도 베니스는 꼭 가야 한다며, 강추… 그래서 지난주말에
베니스행 비행기표 예매.)
암튼 재밌다. 파리에는 정말 예술가가 많이 사는 듯하다. 내가 모르는 얼굴의 예술가들이 얼마나 될까. 길에서 공원에서 카페에서
스쳐지난 사람 중에 수두룩할 것이다. 정말 흥미로운 곳이다. 헤밍웨이가
파리에서 젊은 시절을 잠시라도 보낸 경험이 있는 사람은 평생 그 기억으로 행복할 것이라고 했는데… 그 기억이 마치 이동하는
축제처럼 말이다. 근데 정말 솔직하게 느낀 바를 풀어낸 표현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Paris est une fête. 두서없는 이 글은 스웨덴 문화원 브런치 타임에 만난 베로니카와 파블로 이야기를 하다가 결국은 또 파리 칭찬으로 마무리.
바르셀로나, 베니스 ~ 멋진데요^^
답글삭제나두 프랑스갔을때 바르셀로나 들러볼까 생각중이에요.^^
델핀느. Von voyage~
바르셀로나 가려다가 베니스로 갈아탄 거... ㅋㅋ 바르셀로나는 잠시 홀딩.
답글삭제인연이 과감한 속도로 눈덩이를 불리기 시작?
답글삭제그 예술가들 중 누군가가 노통이나 코엘료 같은 사람일지도 몰라!! ㅎㅎ
우연히 누군가를 만났는데...소설가고 사진가고 화가야...아직 마케터는 만나지 못했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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