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RAND PALAIS, 5 mars-21 juillet 2014
빌 비올라 전시를 보았다. 전시를 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벼르고 있었는데 드디어 보았다. 주말에는 아무래도 붐빌 것 같아서 평일에 갔는데, 다행스러운 선택이었음. 주말이었다면 아마도 불만 가득한 얼굴이 되었을지 모르겠다. 빌 비올라는 이미 세계적으로 너무나, 지극히 유명한 비디오 아티스트지만 난 여기 와서 알았다. 백남준의 제자이기도 하다. (서울에 이미 세 차례 정도 다녀갔다. 서울에도 좋은 전시가 많은데, 그때는 회사 다니느라 게을러서 신경을 못 쓴 것뿐이고, 지금 여기에서는 노니까 하루하루가 귀하니까 좋은 전시를 놓치지 않는 걸까. 갑자기 서울에 돌아가서도 부지런해야겠다 싶다.)
무언가에 압도된다는 건 내겐 참 즐겁고 반가운 일인데, 그의 작품을 접하는 순간 그런 감정이 일었다. 물론 대담한 스케일, 스펙터클이 한몫하지만, 특히 '온전히 시간을 견디는 인간의 몸'을 보여주는 작품들에선 쉽게 발이 안 떨어졌다. 물리적 기계적 시간이 아닌, 빌 비올라가 자신의 작품 속에서 만들어낸 극사적(極私的) 심리적 시간의 형상... 그게 보는 사람의 마음 속에서 계속 일렁인다. 시간의 일렁임, 출렁임... 마치 환영처럼, 잔상처럼, 그렇게 물의 이미지로 깊이 각인되는 세계. 서사와 다이얼로그, 음악에 대한 강박으로부터 벗어나 원시적인 고요, 혹은 그 침묵을 일시에 깨는 외침을 '응시'하게 하는 힘이 있었다.
(근데 어떻게 이름이 비올라일 수가. 이름이 탐나기는 참...)
기억할 만한 작품들...
The Reflecting Pool, 1977-1979
The Veiling, 1995
Catherine's Room, 2001
The Quintet of the Astonished, 2000
Going Forth By Day, 2002
(1. Fire Birth 2. The Path 3. The Deluge 4. The Voyage 5. First Light)
Fire Woman, 2005
Tristan's Ascension, 2005
Three women, 2008
Fire Woman,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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