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3/26

OBJET+LIVRE+PHOTO

    LE BAL ... 6 Impasse de la Défense


지난주 토요일 22일, LE BAL(르 발)이라는 사진 갤러리에 갔다. 영국 사진작가 Martin Parr가 최근 <Le livre de photographies : une histoire volume III>(Phaidon, 2014)라는 책을 냈는데, 이 책에 관한 강연회가 있었다. 에르베의 친구 시릴이 이 갤러리에서 큐레이터로 일하는데, 정이씨와 에르베 그리고 나를 초대해주었다. (스키 바캉스 이후 멤버가 처음으로 모였다.)
강연회 테이블에는 마틴 파, 책을 함께 쓴 Gerry Badger, 르 발 갤러리 디렉터, 그리고 갤러리 내에 있는 서점 매니저(인 듯한) 세바스티안, 이렇게 4명이 자리했다. 책의 내용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주고받았는데 영어로 진행되었다. 거의 알아듣지 못했지만... 불어로 진행했어도 거의 못 알아들었을 테고, 이래저래 깊이 있는 이해는 애초에 불가한 자리였는데, 강연회가 끝난 후 에르베의 감상을 들으면서 책에 대한, 사진책에 대한 몇몇 생각을 하게 되었다.
에르베는 사진작가인데 강연이 꽤 흥미로웠다고 하면서 ‘오브제로서의 사진집’을 언급했다. 단순히 사진 작품을 모았기에 책이 된 사진집이 아니라, 책 그 자체로 작품으로서의 정체성을 가지는 사진집. 하나의 오브제로서 기능하는 사진집의 존재 가치를 여전히 중요하게 여긴다고 했는데, 그 생각에 전적으로 공감했다. 마틴 파의 책도 그러한 사진집에 대한 역사, 이야기, 사례를 기록한 것이다. 에르베의 감상을 엿들은 것으로 이날 강연의 핵심이 정리되었다.
르 발 갤러리에는 꽤 많은 유명 사진집을 볼 수 있는 작은 서점이 있는데, 이런 데서 일하면 참 좋겠단 생각을 했다. 갤러리에 들어서자마자 서점이 있고 서점을 지나 전시장으로 들어가는 동선이다. 큐레이터와 상의하여 사진집을 기획편집하고, 그렇게 만든 책을 갤러리를 찾는 사람들(전시 관람자이자 사진집 독자)에게 직접 판매할 수 있는, 핵심 독자를 바로 만날 수 있는 장소. 빠리 서점에는 정말 귀한 사진집들이 많은데, 내겐 더없이 좋은 기회다. 이 기회를 활용할 체력과 안목이 필요하다. 나중에 서울로 돌아가면 책에 관한 어떤 작업들을 할 수 있을지 잠시 생각해본 밤이었다.
 
 
    사진작가들은 누군가가 자기를 찍으려 하면 귀신 같이 알아챈다.
    셔터를 누르는 순간 민첩하게 하얀 기둥 옆으로 스윽 사라진 마틴 파.

댓글 4개:

  1. 간혹 무기력한 날이 있지만서도..평균치로 보자면 뭐...^^

    답글삭제
  2. 보인다 보여! 몸을 숨기려는 의도도 보이고..

    나짱의 아이디어에 날개를 달 수 있기를!

    답글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