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9/08

Ça va bien


9월 여행 시작한 지 벌써 일주일이 지났다. 일주일 동안 프랑스 북서부 브르타뉴 지방의 상말로, 컹칼, 디넝, 헨느, 그리고 계획에 없었지만 갑자기 들르게 된 넝트까지, 브르타뉴의 바다를 보고 내륙의 오래된 전통 건물을 보고, 갈레트와 시드흐를 맛보고, 많은 사진을 찍고... 오늘은 프랑스 남부 코트 다쥐흐 지방의 니스를 향해 간다. 오전 10시 33분에 헨느 역에서 테제베를 타고 파리 몽파르나스 역에서 내려서 파리 리옹 역으로 이동한 후 거기서 니스 가는 테제베로 갈아탄다. 니스 역에는 저녁 8시 30분 도착. 역에서 숙소까지 완벽하게 도착하려면 아마도 9시가 조금 넘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싶다.
브르타뉴에서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좋은 시간을 보냈다. 날씨도 내내 맑았고, 바람은 시원하고, 무엇보다 상말로 바다의 풍경과 거기서 보낸 시간들은 두고두고 꺼내보고 싶을 것 같다. 우연히 만나 잠깐이라도 몇 마디 나눈 사람들도, 짧지만 정겨웠다. 상말로에서 묵었던 에어비앤비 숙소의 호스트가 인상적이었는데, 지금까지 경험한 에어비앤비 호스트 중에서 가장 탁월한 매너의 소유자가 아니었는지. 타인을 대하는 그녀의 관대함과 상냥함, 이런 건 나이가 든다고 해서 저절로 쌓이는 거 같지는 않고, 삶의 가치관이 어디로 향하는지, 그리고 잠시 동안 맺어야 할 관계라 하더라도 그 순간 어떤 주의와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에 대한 각성 같은 게 중요한 듯. 암튼 그녀는 인격자였다. 동전이 없어서 트람 티켓 자동판매기 앞에서 망설이고 있는 내게 티켓 하나를 선뜻 건네준 넝트의 대학생도 고마웠고. 나는 넝트로 향하는 길에 산 갈레트 과자 한 봉지를 건넸고. 이 청년은 넝트를 방문한 내게 자신의 도시가 얼마나 멋진 곳인지 맘껏 홍보했다.
그러고 보니 지금까지 다닌 프랑스 몇몇 도시에서 받은 하나의 인상은, 그곳 사람들은 자신이 사는 도시에 대한 만족도, 자부심 등이 높다는 것이다. 손쉽게 자신의 도시가 가진 장점에 대해서 한바탕 쏟아낸다. 어느 나라든 수도에 인구가 집중되기 마련이지만 파리 못지않게 프랑스의 다른 도시들도 그만큼 생기가 넘친다. 파리에 체류한 이번 기회에 프랑스 지방 여행을 결정한 건 후회 없는 선택이 될 거 같다. 여행자의 만족도도 높다. 다음에 프랑스에 오게 된다면, 파리보다는 다른 도시에서 머무를 가능성이 크다.
혼자 하는 여행이라 저녁에 함께 술잔을 기울이며 오늘 하루 어떻게 놀았는지 추억을 더듬는 수다의 시간이 없어서 아쉽지만, 그래도 이 여행이 좋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