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9/20
Je suis à LISBONNE
어제 엑성프로벙스에서 파리로 가는 기차를 아침 9시 50분에 타야했다. 그런데 그 기차를 놓쳤다. 역에 10시쯤에 도착했다. 10시 20분경에 파리로 출발하는 기차가 바로 있긴 했지만 타야 할 기차를 놓쳤으니 다음 기차를 타려면 표를 바꿔야했다. 프랑스 기차표는 한두달 전에 미리 예약을 해두면 그나마 이해할 만한 가격이지만 당일 구매하려면 그 값이 두 배를 훌쩍 넘는다. 내가 미리 예약한 표는 40유로였는데, 10시 20분 기차는 103유로. 그러니 63유로를 더 내야 기차에 오를 수 있다는 역무원의 설명. 너무 비싸다, 나 그냥 타겠다, 그랬더니 그 역무원, 그건 너의 자유지만 기차표 검사원한테 걸리면 나도 어쩔 수 없다는 그런 표정을 지었다. 아무튼, 역무원에게 표 교환 문의하는 동안 10시 20분 기차도 떠나버렸다. 이제 다음 열차는 11시 51분. 엑성프로벙스에서 파리까지 테제베로 대략 3시간 소요, 파리 오를리 공항에서 리스본으로 가는 비행기는 오후 5시 반 출발. 파리에 3시에 도착하면 바로 공항으로 떠나야 했다. 11시 51분 기차에 오른 후 화장실 옆에 있는 작은 의자에 앉아 있는데, 아니나 다를까 바로 표 검사원이 와서 표를 보여 달라고 한다. 에잇. 무슈, 저 기차를 놓쳤어요. / 어허, 그거 좋지 않네요. 표를 봅시다. 당신 표는 40유로, 지금 이 기차표는 103유로, 그러니까 63유로를 더 내야 해요. / 네? 이런, 너무 비싸요..ㅜㅜ (그러면서 불쌍한 표정 지으며 '실부쁠레'를 연발) 그랬더니 검사원이 잠깐 기다려 보란다. 그러면서 이것저것 갖은 할인을 적용해 보더니 20유로면 괜찮겠냐고 한다. 이건 뭐니, 엄청 고맙긴 하지만 완전 검사원 맘대로 가격이 왔다갔다, 여기서 조금만 더 버티면 그냥 넘어갈 수도 있는건가. 카드를 내밀면서 프랑스 철도 요금 너무 비싸다, 나 이미 SNCF에 많은 돈을 지불했다고 하소연 아닌 하소연을 했더니, 검사원도 아니라고는 못한다. 사실 저가항공표보다 기차표가 더 비싸다. 그렇다 보니, 프랑스 사람들은 카플(covoiturage)을 많이 이용한다. 카플을 이용할 수 있는 사이트가 아주 성황이다. (나도 헨느에 머물 때 숙소 주인의 도움으로 이용해 봤는데, 헨느에서 넝트까지 기차표가 20유로를 넘었고, 카플은 7유로 정도였다.) 아무튼 그렇게 한나절 컨디션 저조한 상태로 저녁 8시 무렵 리스본에 도착, 식당에서 와인을 반병 정도 마시고, 숙소로 돌아와 또 와인을 마신 후 딥슬립. 오늘 오전 내내 숙취에 시달렸지만, 리스본은 근사한 곳이라서 금세 기운을 차렸다. 무엇보다 프랑스보다 물가가 싸다. 여기서 오는 해방감을 무시할 수가 없다. 리스본은 오르막길이 참 많다. 그 경사가 꽤 심한 곳도 있지만, 오르락내리락 높고 낮음이 있는 이 도시의 시각적 리듬이 아직은 꽤 경쾌하다. 사람들은 시선이 마주치면 짧게 눈인사를 하거나 미소를 짓거나, 예의 유럽 사람들이 하는 기본적인 제스처에는 조금 인색한 듯하지만, 그와 달리 어딘가 모르게 순박함과 고요함이 느껴진다. 리스본, 이 도시도 참 좋다. 포르투갈어로 고맙다가 남자는 'Obrigado오브리가두', 여자는 'Obrigada오브리가다'인데, 사람들이 이 말을 할 때 그 억양이 듣기 좋다. 오르락내리락, 지형의 그 리듬감만큼이나 리드미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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