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2/28
noir et blanc
세느 강 쪽에서 오르세 미술관을 봤을 때 건물 정면에 있는 시계...
2월 25일 화요일 오후 5시 무렵 건물 안에서 보니 이랬다.
이번주 내내 날씨가 변덕스러워서 기분도 조울의 롤코를 타는 순간 잦았는데,
문득문득 채 몇 분도 안 되는 밝은 빛이 스윽 비칠 때면 그렇게 예쁠 수가 없는 거다.
Untitled
3월 14일부터 17일까지 론알프스(Rhone-Alpes)에 있는 스키장 레캬호(Les Carroz)로 바캉스 떠난다. 서울에 있을 때도 안 타던 스키를 프랑스 와서 타게 됐다. 운좋게도 차에 타라면 타고, 도착했다 하면 내리고, 자라고 하면 자고, 먹으라 하면 먹고, 스키 타러 가자 하면 가고... 아마도 이런 패턴으로 하게 될 "내겐 아주 편하고 친절한" 여행. 심지어 저렴하게!! 리프트는 타도 스키보다는 주로 숲길을 산책하면서 주변 풍경 감상에 집중하는 시간일 듯한데, 지금까지 살면서 처음으로 보게 될 풍경일 게 분명하다. 실제로 보면 오히려 리얼리티가 떨어지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생경한 풍경이 아닐까. 겨울 외투라고는 서울에서 달랑 모직 코트 두 개 가져왔기에 스키장에서 코트 입은 사람은 나뿐일 거 같아 이방인 코스프레 제대로 할 뻔 했는데, 어제 저녁 갑작스럽게 패팅 점퍼 하나 생겼다. 정이씨 친구 마리네 집에서 놀다가 슬슬 일어나려는데, 마리가 자기는 안 입는 옷이라며 필요하면 가져가라고 패팅 점퍼를 꺼낸 것. 이것이말로 득템. 자정 넘어 두툼한 패딩 점퍼 폭 껴안고 귀가. 럼주를 다섯 잔은 마신 거 같은데 흔들림 없이 무사히 돌아왔다. 그러고 보니 오늘로 파리에 온 지 딱 한 달이 지났다. 서울에서의 한 달보다 훨씬 길게 느껴진 시간. 지나고 보니 한 달인데, 그보다 더 많은 시간을 산 거 같은 이 느낌은, 밑지는 장사는 아녔다고 끄덕이면 되려나. 뭔가 절대적인 시간였던 거 같다.
rétrospective tsai ming-liang à la cinémathèque française, du 10 au 30 mars 2014
Je ne crois pas aux dialogues de cinéma. Selon moi, le cinéma est essentiellement un art de l'observation. Ça passe par le regard et la réflexion sur ce qu'on regarde. Je réfléchis beaucoup sur le rythme, pour créer du suspense. Il y a un jeu qui m'amuse beaucoup : combien de temps peut-on rester devant un écran sur lequel il ne se passe rien ? Et qu'est-ce qu'on finit par y voir ? On me dit souvent que j'aime torturer les spectateurs (rires). C'est vrai, je les bouscule pour qu'ils se demandent ce qu'ils sont en train de voir.
_Tsai Ming-liang
_Tsai Ming-liang
2014/02/20
Bonne soirée avec d'alcool
아무래도 가까운 사람들과의 술자리가 그리운 것이다. 밤의 외출이 그리운 것이다.
지난 화요일 저녁, 간만에 밤거리를 걸으며 술한잔 했는데, 그 공기와 무드가 갑자기 서울의 밤을 떠오르게 했다. 역시 하루가 저물 무렵 자주 먹었던 치맥이 불쑥 환기되는.
아무튼 저녁 7시반부터 자정 무렵까지 마셨다.
밤의 마레를 걸어 생 마흐땅까지, 그리고 거기서 한잔 더.
술을 마시면 몸도 마음도 느슨해져서 좋은데... 외국인들 앞에서는 그닥 느슨해지질 않는다.
그래서 술도 덜 취하는 듯.
두서없이 말을 늘어놓아도 웃고 넘어가는, 가까운 사람들과의 술자리가 고파지기 시작하는 거 같다. 슬슬 외국어(들) 속에서 드문드문 고독해지고 있는 듯.
이게 실력이 팍팍 늘지 않아서 그래.
Je ne veux plus la pluie...
Pendant quelques jours, la pluie continue. Le ciel est gris, moi aussi. Certainement, le temps influence la humeur. Voilà, j'ai déménagé hier. Mon appartement est calme et petit. Mais j'ai peur un peu. Encore... ici est étranger pour moi. Je dois vivre bien ici cette année. Je crois que c'est la vie vraie à paris. À demain matin, je voudrais voir le ciel clair. C'est possible?
2014/02/17
Je peux parler bien le français?
Mon cours de français a commencé à la semaine dernière. Il y a beaucoup de femmes dans un class. C'est dommage. Le professeur, madame Monteil, c'est gentil, très sympa. Maintenant, je ne peux pas comprendre bien, seulement comprends un peu. Mais pas à pas tous les jours, je crois que ça va mieux. Certainement, les européens parlent bien plus que les asiatiques. C'est nature. Alors je n'abandonne pas. je devenais amie avec certains japonaise. Ce sont Ayako, Lisa et Mei. Tout le monde, bon courage!
2014/02/16
Je suis malade
건강히 잘 지내고 있다는 말이 입에 붙었었는데...
요 며칠 감기한테 된통 당하고 있다.
가지고 온 종합감기약 탈탈 다 털어 넣었어도 좀처럼 재채기와 콧물이 멈추지 않는다.
어제는 꼬박 종일 누워 있다가 저녁에 민박집 주인님이 차려주신 감자탕에 맥주 마시고 푹 잤다. 몸 상태 메롱이라 해도 하루를 또 방에서 보내는 건 좀 아깝기도 하고 오늘 날씨 봄날처럼 화사해서 밖으로 나갔는데 오히려 바람을 쐬고 걷다 보니 컨디션은 나아진 듯. 잘한 선택.
어학원 반에 한국인이 한 명 있는데 아직 타이밍을 맞추지 못해 인사를 못했고
일본인 세 명과 안면 트고 지낸다. 이들과는 프랑스어보다는 일본어로...
앞으로는 서로 다짐과 주의가 필요할 듯하다.
일본어 사용은 지양하고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프랑스어로 대화합시다.
아 근데 답답하면 어쩔 수가 없다...
사람 사귀는 데 있어서 엄격한 룰을 적용하는 것도 불편한 듯하여
자연스럽게 이 말 저 말 동원하여 대화하는 것으로.
낮에 날씨가 넘 좋아서 아야코 씨에게 문자 넣었더니 전화가 띠리링.
퐁뇌프에서 만나서 시테 섬 주변을 산책.
산책하던 중 노트르담 대성당 근처에 있는 교회에 쇼팽 피아노 연주회 포스터 붙은 거 보고
티켓 예매하기로 결정!!
티켓 예매할 때 나이 속여서 꼭 학생 할인 받으리라.
학생이라고 해서 다 할인을 받을 수 있는 게 아니다. 25살까지만 가능... 나 어쩌라고...
그래서 나이를 속이기로.
요 며칠 감기한테 된통 당하고 있다.
가지고 온 종합감기약 탈탈 다 털어 넣었어도 좀처럼 재채기와 콧물이 멈추지 않는다.
어제는 꼬박 종일 누워 있다가 저녁에 민박집 주인님이 차려주신 감자탕에 맥주 마시고 푹 잤다. 몸 상태 메롱이라 해도 하루를 또 방에서 보내는 건 좀 아깝기도 하고 오늘 날씨 봄날처럼 화사해서 밖으로 나갔는데 오히려 바람을 쐬고 걷다 보니 컨디션은 나아진 듯. 잘한 선택.
어학원 반에 한국인이 한 명 있는데 아직 타이밍을 맞추지 못해 인사를 못했고
일본인 세 명과 안면 트고 지낸다. 이들과는 프랑스어보다는 일본어로...
앞으로는 서로 다짐과 주의가 필요할 듯하다.
일본어 사용은 지양하고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프랑스어로 대화합시다.
아 근데 답답하면 어쩔 수가 없다...
사람 사귀는 데 있어서 엄격한 룰을 적용하는 것도 불편한 듯하여
자연스럽게 이 말 저 말 동원하여 대화하는 것으로.
낮에 날씨가 넘 좋아서 아야코 씨에게 문자 넣었더니 전화가 띠리링.
퐁뇌프에서 만나서 시테 섬 주변을 산책.
산책하던 중 노트르담 대성당 근처에 있는 교회에 쇼팽 피아노 연주회 포스터 붙은 거 보고
티켓 예매하기로 결정!!
티켓 예매할 때 나이 속여서 꼭 학생 할인 받으리라.
학생이라고 해서 다 할인을 받을 수 있는 게 아니다. 25살까지만 가능... 나 어쩌라고...
그래서 나이를 속이기로.
2014/02/11
Officiellement, je suis parisienne?
지난 일요일, 집주인 댁으로 가서 계약서 작성했다.
백발의 단발 뱅헤어, 삐쩍 마른 작은 체구, 스키니진에 검은 스틸레토힐을 신은
70대 중반 할머니, 마담 비노.
할머니도 참... 이런 할머니 참 귀엽다. 나이 들어도 녀자는 녀자, 빠리지엔느는 빠리지엔느.
틈만 나면 쇼콜라를 계속 권하셔서 사양 않고 낼름낼름 먹어치움.
말은 잘 안 통해도... 프랑스어, 영어, 눈빛을 동원해서
부동산 중개인이 사전에 지시해준 대로 무사히 계약서에 서명하고,
19일 저녁 6시 30분 열쇠 건네받기로 했다.
드디어 빠리 하늘 아래 온전히 나를 위한 공간 하나 생기는 거.
집을 계약했으니 거주 증명서도 생겼고, 다음 순서는 은행 계좌 만들기.
한국에서는 은행에 가면 바로 통장을 만들 수 있지만, 프랑스는 아니다.
일단 은행에 가서 직원에게 방문 이유를 설명하고, 미팅을 잡아야 한다.
바로 안 해준다는 얘기. 뭘 바로 안 해주는 건 은행뿐만이 아니다.
각종 홈페이지에 회원 가입을 해도 바로 로그인이 안 된다. 허허.
아직도 중요한 서류는 수기로 써서 우편으로 주고받으며
집 구할 땐 특히 세입자의 신분을 보증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지인이 보증인이 되어 주면 제일 좋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은행에 보증예치금을 넣어 그걸로 보증인을 대신해야 한다.
뭔가를 단번에 해주는 법이 드물고, 보증의 절차를 기본으로 깔고 가는 게
여기 사람들의 일 처리 방식인 듯하다.
내일 정이 씨가 은행에 함께 가주기로 했다.
계좌 만드는 데 보증인이 필요한 건 아니지만,
잘 아는 은행장이 있다고 해서 그 지점으로 가기로 했다.
점심은 내가 쏘는 걸로~
아!
어학원 내일부터 수업 시작. A2 반 배정.
(A1-입문, A2-초급, B1-중급, B2-고급)
프랑스어 폭풍 성장을 목표로. 앗싸.
백발의 단발 뱅헤어, 삐쩍 마른 작은 체구, 스키니진에 검은 스틸레토힐을 신은
70대 중반 할머니, 마담 비노.
할머니도 참... 이런 할머니 참 귀엽다. 나이 들어도 녀자는 녀자, 빠리지엔느는 빠리지엔느.
틈만 나면 쇼콜라를 계속 권하셔서 사양 않고 낼름낼름 먹어치움.
말은 잘 안 통해도... 프랑스어, 영어, 눈빛을 동원해서
부동산 중개인이 사전에 지시해준 대로 무사히 계약서에 서명하고,
19일 저녁 6시 30분 열쇠 건네받기로 했다.
드디어 빠리 하늘 아래 온전히 나를 위한 공간 하나 생기는 거.
집을 계약했으니 거주 증명서도 생겼고, 다음 순서는 은행 계좌 만들기.
한국에서는 은행에 가면 바로 통장을 만들 수 있지만, 프랑스는 아니다.
일단 은행에 가서 직원에게 방문 이유를 설명하고, 미팅을 잡아야 한다.
바로 안 해준다는 얘기. 뭘 바로 안 해주는 건 은행뿐만이 아니다.
각종 홈페이지에 회원 가입을 해도 바로 로그인이 안 된다. 허허.
아직도 중요한 서류는 수기로 써서 우편으로 주고받으며
집 구할 땐 특히 세입자의 신분을 보증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지인이 보증인이 되어 주면 제일 좋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은행에 보증예치금을 넣어 그걸로 보증인을 대신해야 한다.
뭔가를 단번에 해주는 법이 드물고, 보증의 절차를 기본으로 깔고 가는 게
여기 사람들의 일 처리 방식인 듯하다.
내일 정이 씨가 은행에 함께 가주기로 했다.
계좌 만드는 데 보증인이 필요한 건 아니지만,
잘 아는 은행장이 있다고 해서 그 지점으로 가기로 했다.
점심은 내가 쏘는 걸로~
아!
어학원 내일부터 수업 시작. A2 반 배정.
(A1-입문, A2-초급, B1-중급, B2-고급)
프랑스어 폭풍 성장을 목표로. 앗싸.
Les feuilles mortes
Les feuilles mortes
-Jacques Prévert
Oh! je voudrais tant que tu te souviennes
Des jours heureux où nous étions amis
En ce temps-là la vie était plus belle
Et le soleil plus brûlant qu'aujourd'hui
Les feuilles mortes se ramassent à la pelle
Tu vois, je n'ai pas oublié
Les feuilles mortes se ramassent à la pelle
Les souvenirs et les regrets aussi
Et le vent du nord les emporte
Dans la nuit froid de l'oubli
Tu vois, je n'ai pas oublié
La chanson que tu me chantait
C'est une chanson qui nous ressemble
Toi, tu m'aimais et je t'aimais
Et nous vivions tous les deux ensemble
Toi qui m'aimais, moi qui t'aimais
Mais la vie sépare ceux qui s'aiment
Tout doucement, sans faire de bruit
Et la mer efface sur le sable
Les pas des amants désunis
-Jacques Prévert
Oh! je voudrais tant que tu te souviennes
Des jours heureux où nous étions amis
En ce temps-là la vie était plus belle
Et le soleil plus brûlant qu'aujourd'hui
Les feuilles mortes se ramassent à la pelle
Tu vois, je n'ai pas oublié
Les feuilles mortes se ramassent à la pelle
Les souvenirs et les regrets aussi
Et le vent du nord les emporte
Dans la nuit froid de l'oubli
Tu vois, je n'ai pas oublié
La chanson que tu me chantait
C'est une chanson qui nous ressemble
Toi, tu m'aimais et je t'aimais
Et nous vivions tous les deux ensemble
Toi qui m'aimais, moi qui t'aimais
Mais la vie sépare ceux qui s'aiment
Tout doucement, sans faire de bruit
Et la mer efface sur le sable
Les pas des amants désunis
RUE VISCONTI
생 제흐망 데 프헤(Saint-Germain-des-Prés)에서 만난 비스콘티 거리.
이탈리아 영화감독 비스콘티와 어떤 연관이 있어 이런 이름이 붙은 건지는 좀 알아봐야겠지만
일단 이름 보고 반가웠고, 그 풍경을 확인하고는 완전 반해 버린..
앞으로 이곳을 "나의 작은 거리(ma petite rue)"라 부를까 싶다.
빠리의 뒷골목이 작고 좁긴 하지만 여긴 그중에서도 손에 꼽을 듯하다.
게다가 감각적인 화랑과 이미지들이 절묘하게 자리하고 있어서 시각적으로 충만하도다.
가던 길 잘 가고 있다가 정말로 휙 하고 비밀스런 샛길로 빠진 기분.
(사진으로는 이 길의 온도와 색감이 잘 잡히지 않아..아숩)
외관 디자인 맘에 드는 화랑.
어느 집 문. 바닥 타일 장식과 대조를 이루는 심플한 문짝.
2014/02/10
2014/02/09
LA CINEMATHÈQUE FRANÇAISE
대학 시절, 프랑스로 영화 공부하러 오고 싶었던 이유 중 하나, 시네마떼끄 프헝쎄즈.
공부와 결혼은 물론이고, 밥을 먹고 화장실에 가는 것조차 다 적당한 타이밍이 있는 것.
그때 내가 영화를 공부하러 프랑스에 왔었다면 아마도 또 다른 인생을 살고 있겠지.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이라긴보단.
.
.
.
지난해에 서울에서도 보고, 여기에서 또 본 <홀리 모터스>.
영화가 끝나고 밖으로 나오니
선생님이 쪼맨한 아이들 데리고 영화 찍으려 한다.
ma première soirée
"2월 8일 토요일, 저녁식사 어때요?"
그러니까, 빠리 체류 시작 후, 처음으로 저녁식사 초대를 받았다.
집 구한 거 축하한다며 정이 씨가 초대장을 날려주셨다.
보자르에서 미술 공부했고, 벨기에에서 실내장식과 섬유 디자인을 공부한 실력파 빠리지엔느.
남편 에흐베 씨도 사진과 영상 작업을 하는 아티스트.
부인이 한국인이다 보니 기본적인 한국말을 할 줄 아셔서 다행스러웠다.
나의 불어가 부끄러운 수준이라 안타까웠지만,
세심하게 분위기를 살피며 연신 "괜찮아요?"라고 신경 써주심.
1차 아페히티프(apéritif)
프랑스 사람들은 저녁식사를 초대하게 되면 대략 8시에 모여서 간단한 안주와 함께 식전 술 아페히티프를 마시고, 본격 식사를 10시쯤에 한 후 데쎄흐(dessert)까지 먹은 다음, 대략 날샐 때까지 노는 모양이다. 맛난 포도주와 함께 다양한 종류의 스낵으로 이미 배를 채웠지만... 오늘의 메인디쉬 불고기가 준비되고 있었다.
2차 디네(dîner)
나보다 한 살 위인 정이 씨는 음식도 잘하시고 불어도 잘하시고 남편도 재간둥이고, 무엇보다 성격과 마음씨도 좋으시다.
"희영 씨가 빠리에 온 거...참 좋을 때 온 거 같아서 기분이 좋아요."
"정말요? 너무 나이 들어 온 거 같은데..."
"아니요, 딱 좋을 때 온 거 같아요."
"저도 이제라도 오게 돼서 다행이라 생각해요."
이렇게 힘이 되는 말을 해주고는 불고기를 연거푸 구워 주심.
에흐베 씨, "빠리 어때요?"
희영, "그냥 주변에 외국인이 많다 싶고, 딱히 내가 외국에 있다는 느낌은 안 들어요. 음식이 입에 너무 잘 맞아요. 살 많이 찔 거 같아요."
정이 씨, "빠리가 희영 씨랑 잘 맞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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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내가 이곳의 낯선 이방인이라기보다는 주변에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있다고 느낀다. 곧 관공서 업무를 보기 시작하면서 프랑스 사람들의 그 무시무시한 싸데뻥(Ça dépend: 때와 경우에 따라 다르고, 담당자를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서비스의 질이 천차만별인, 프랑스 사람들의 알다가도 모를 기준 없는 일처리 방식을 일컫는, 쉽게 말해서 "그건 그때그때 달라요.")을 겪게 되면 생각이 좀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아직은 Ça va bien.
헤어질 때 에흐베 씨가 정이 씨에게 코치를 받아가며 해준 말, "다 잘 될 거예요."
처음 만난 사람한테 환대 받고, 이런 말까지 들으니, 맑은 기운이 몸속을 순환한다.
L'ombre du Quai
Hervé Penhoat, Kamakura, 2013
에흐베 씨의 선물.
2014/02/07
Bibliothèque Sainte-Geneviève
빠리 5구, 팡테옹 옆에 있는 도서관 생트 쥔비에브.
1838년부터 짓기 시작해 1850년에 완성된 건물이다.
앙리 라브후스트(Henri Labrouste)가 설계.
라브후스트는 철제를 적극적으로 사용했던 건축가라고 하는데,
그 대표적인 사례가 이 도서관인 듯.
검정색으로 페인트된 아치 기둥이 철로 뜬 레이스마냥 꽤 우아하다.
아침 10시부터 저녁 6시까지 문 연다.
주변이 대학가이고 고등학교도 있다 보니 오후에는 자리가 빼곡히 찬다.
어학원 학생증이 있어서 나도 도서관 이용 카드 냉큼 만들었다.
오늘이 두번째 이용.
하녀방에서 걸어서 15분 정도 거리라서 앞으로 애용하게 될 듯.
다들 전공 서적 꺼내 놓고 공부하는데 나 혼자 초딩 저학년 수준의 학습을 하고 있다.
그래서들 흘끗 쳐다보나 나를.
2014/02/06
ARTAZART
쌩 마흐땡 운하(Canal Saint-Martin). 10구를 가로지르는 아름다운 산책길이다.
'빠리의 작은 쎈느(La Petite Seine de Paris)'라고 하면 적당한 애칭이 될 것 같다.
볕 좋은 날이면 젊은 사람들이 운하 둑에 걸터앉아 술을 마신다.
주말엔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로 인기 좋은 곳.
이쪽에 멋진 디자인 서점 하나. 아타자흐 ARTAZART.
ART와 ART 사이에 AZ를 넣어서 만든 이름.
아트와 아트를 잇는 A to Z, 이런 뜻이려나?
디자인과 일러스트, 사진, 그림책, 잡지, 그리고 디자인 문구 등이 있다.
인테리어 센스가 넘 죽이는 곳이다.
나도 나중에 이런 서점 하면 얼마나 좋을까. 몽상.
2014/02/05
Reymond Depardon
지금 그랑 팔레(Grand Palais)에서 레이몽 드파르동의 전시를 한다. 2월 10일까지던데, 갈지 안 갈지는 아직 모르겠고 서점에서 그의 전시 사진집을 봤다. 끌어당기는 무언가가 있었서 찬찬히 마지막 장까지 잘 넘겨 보았다. 어떤 사람인가 싶어 검색을 해보니... 지난해 서울에서 상영관 수가 너무 적고 게다가 교차 상영 때문에 여차저차 놓친 영화 중 <프랑스 다이어리(Journal de France)>라는 다큐가 있는데, 드파르동이 감독한 영화였다. 노년에 자서전적인 영화를 찍은 모양이다. 관심 가는 작가 한 명 추가.
Pasolini... et sa mort
이탈리아 시인, 소설가, 영화감독... 파졸리니(Pier Paolo Psolini: 1922~1975)
지난해에 시네마테크 프랑세즈에서 파졸리니 전시를 했던 모양이다. 매우 두꺼운 분량의 자료집을 만들었는데 거기에 파졸리니 사망 당시 현장 사진이 실려 있었다. 이번에 안 사실인데 파졸리니는 그림 솜씨도 뛰어났다. 이 자료집에 그의 유화 그림과 스케치도 함께 실렸다.
이제는 10년도 더 됐지만 2002년 여름이던가... 서울아트시네마가 아직 소격동에 있던 시절 파졸리니 회고전이 열렸었다. 그때 파졸리니 죽음에 관한 다큐를 본 적이 있는데, 네오 파시스트에 의해 죽임을 당한 파졸리니의 마지막을 보여준 작품이었다. 파졸리니는 자신의 급진적인 정치 성향을 작품으로 매우 대담하게 보여준 사람이다. 그는 동성애자였다. 이 성적 취향이 물론 네오 파시스트들에게는 공격하기 좋은 구멍이었던 거 같다. 잘은 모르겠지만 파졸리니는 종종 소년들을 찾았다고 한다. 그날도 오스티아 해변에서 소년을 만나고 있었다. 그리고 그때 사고를 당했다. 차에 치인 그의 몸 위로 차가 몇 번이고 지나갔다. 사진 속 그의 시신은 물론 무언가에 덮혀 있다. 그래도 짐작할 수 있다. 그 모습이 얼마나 처참했을지. 상상만으로도 끔찍하지만 사진으로 보고 나니 또 충격이 가시질 않는다.
ma petite chambre à paris
49 Rue Censier 75005 Paris / 건물 정면
버건디 컬러 현관.
오늘 집 구했다. 오예~~~
빠리에서 처음으로 본 집인데 계약했다.
일명 하녀방이라는 꼭대기층 작디 작은 방이지만
동네 맘에 들어서 더이상 따지지도 묻지도 않기로.
3평 정도의 크기인데, 전기세 포함해서 월세는 약 100만 원. 좀 지나치다 싶다.
빠리에서 오래 살다간 월세 내기 위해 영혼마저 파는 순간도 맞게 될지 모르겠다.
노숙자 많은 거 당연한 결론.
지난해 봄, 빠리 여행 때 이쪽에 두 번 왔었다.
무프타흐(Mouffetard) 시장을 지나 팡테옹을 지나 뤽상부르 공원으로 가는 코스가 꽤 괜찮아서
조으다 했던 동네인데, 이렇게 여기서 살게 될 줄이야.
집은 딱 시장 앞에 있다.
빠리 온 지 일주일 됐는데, 벌써 살이 좀 쪘고, 앞으로도 좀더 찔 가능성 농후하다.
살찌기에 입지 조건이 넘 기막히다.
집 보고 나서 시장에서 연어 치아바타 상드위치 사먹었는데 폭풍 흡입.
단 음식 벨루 좋아하지 않는데 여기서는 이 또한 왜케 땡기는지.
20일 이사.
2014/02/04
LE NUAGE ET LE VENT
오늘 최고의 순간, 구름과 바람 느끼다.
뤽상부르 공원 산책하던 중 의자에 기대어 누워 쉬다가...
집 구하기의 곤혹을 이제 조금 실감한 하루여서인지
도서관에 있다가 걷고 싶어서 오후 4시 무렵에 나왔다.
봄처럼 볕이 따사로운 것도, 나뭇잎이 짙푸르지도 않지만
고갤 들어 하늘을 보니 하늘만큼은 계절을 크게 타지 않는 듯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람에 실려 한쪽으로 흘러가는 구름 보면서 잠시 쉬었다.
서울에서는 이런 하늘, 드러눕다시피해서 본 기억이...글쎄.
이거 허세인가... 근데 허세 아니다.
일상이다 여기 사람들에겐.
오늘 오후, 내가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자세와 풍경을 발견.
2014/02/03
aujourd'hui, avec toi
어학원 수업은 12일부터라지만...
그간 도착해서 놀기만 했고 슬슬 책상에 앉아 무언가 읽거나 쓰고 싶기도 해서
팡테옹 근처에 고풍스러운 도서관(Bibliothèque Sainte-Geneviève)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
화장 곱게 하고 가방 든든히 채워서 무사히 도서관 입구까지 갔으나...
학생증만 있으면 입장할 수 있는 줄 알았더만 여권까지 보여달래는 것.
여권은 민박집 트렁크 속에.
오늘은 도서관 입구까지만, 내일은 문제없이 열람실에 앉아 있을 거 같다.
시간이 붕 뜬다 싶을 땐, 서점 들어가면 된다.
Pas de problème!
심지어 소르본 근처라 널린 게 서점이니까.
인상주의 끝물에 등장한 펠릭스 발로통(Félix Vallotton)은 간혹 작품 보면서 관심 갖고 있던 차였는데 오늘 좀 봤다. 에드워드 호퍼의 고요한 듯 쓸쓸한 실내 장면들은 원치 않았든 아니든 간에 발로통에게 기대고 있는 게 아닌가란 생각이 몇 점 보면서 문득 들었다.
장 꼭또(Jean Cocteau)의 데쌍 노트를 본 것도 재미난 순간. 시인이자 화가, 시네아스트. 뭐 다 가졌던 남자. <시인의 피> 같은 영화 보면, 초현실주의적 미학 속에 깨알같이 장난기를 숨겨 놓았는데, 데쌍 노트 보면서 역시 귀여움이 몸에 밴 사람이 맞다 싶었다. 펜으로 간단하게 그린 선 속에 적당히 유머가 담겨 있다. 기념으로 사고 싶었지만...참았다.
쏠 리터(Saul Leiter), 브레송(Henri Cartier Bresson)의 사진들도 다시 한번 넘겨 보고, 영화 쪽으로 무브무브.
그간 인터넷 검색으로만 눈에 익혔던 '까이에 뒤 시네마의 작은 도서관'(Petite bibliothèque des Cahiers du Cinéma) 시리즈가 책장에 가지런히 꽂혀 있었다. 그중에서 에릭 로메흐(Eric Rohmer) 의 '희극과 격언' 시리즈 중 <보름달이 뜨는 밤> <녹색 광선> <내 여자친구의 남자친구> 시나리오가 담긴 책(Comédies et Proverbes : Les Nuits de la plein lune, Le Rayon vert, L'Ami de mon amie) 샀다. 영화를 인상적으로 보긴 했으나 그 대사 하나하나를 다 기억하는 것도 아니고, 읽는 순간마다 대략 고비(겠)지만, 그래도 무모하게 한장한장 천천히 읽어나갈 생각이다. 오늘의 다짐이라면 로메흐의 시나리오를 읽는 것. 근데 헌책 아닌 이상, 책값 넘 비싸...200쪽도 안 되는 문고판형에 1도 책인데, 9.95유로. 10유로에서 5쌍띰(ceintimes) 뺀 건 그래도 봐주는 건가.
le 2 février 2014, Il fait très beau
오늘 파리 날씨, 마치 도시가 겨울잠에서 깬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맑고 화창.
일요일인데다가 볕이 환상이다 보니 그간 웅크리고 있던 사람들 죄다 몰려나옴.
심지어 매월 첫째 주 일요일에 한해서 미술관이든 어디든 관광 명소는 무료(gratuit) 입장이라는 혜택을 누릴 수 있으니 현지인이건 관광객이건 모두 거리를 활보한다.
그래서 파리 체류 나흘째인 오늘 대박 스케줄 소화했다.
줄곧 걷기만 한 거지만..정말 걷고 또 걷고..
일요일인데다가 볕이 환상이다 보니 그간 웅크리고 있던 사람들 죄다 몰려나옴.
심지어 매월 첫째 주 일요일에 한해서 미술관이든 어디든 관광 명소는 무료(gratuit) 입장이라는 혜택을 누릴 수 있으니 현지인이건 관광객이건 모두 거리를 활보한다.
그래서 파리 체류 나흘째인 오늘 대박 스케줄 소화했다.
줄곧 걷기만 한 거지만..정말 걷고 또 걷고..
1. Père Lachaise
2. Montmartre
3. Musée Rodin
4. Promenade de Seine
5. Cathédrale Notre Dame de Paris
et...
6. shakespeare and company
2014/02/01
Brassaï, pour l'amour de paris
exposition gratuite à l'hôtel de ville.
merci de bon chance.
파리 시청에서 열리고 있는 브라사이 무료 전시.
지난해 11월에 시작해서 올해 3월까지 열린다.
규모가 크지 않은 소박한 전시지만 무료라는 게 감사.
대략 1930년대 사진 속 파리 풍경은 21세기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
변하지 않는 게 아니라 쉽게 바꾸지 않는 것.
그래서 오래전 사진이 그렇게 오래된 것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파리에선 시간의 점핑이 자유로운 것이다.
우디 앨런이 미드나잇 인 파리에서 기막힌 타임슬립을 보여준 이유도.
C'est mignon
파리 체류 시작 후 첫 쇼핑 목록, 빨간 구두.
모두가 겨울 세일의 혜택을 누리는데 나라고 빠질 이유가 없어서 반값에 구입.
두꺼운 모직 코트에 입으니 제대로 포인트 되어 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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