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학원 수업은 12일부터라지만...
그간 도착해서 놀기만 했고 슬슬 책상에 앉아 무언가 읽거나 쓰고 싶기도 해서
팡테옹 근처에 고풍스러운 도서관(Bibliothèque Sainte-Geneviève)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
화장 곱게 하고 가방 든든히 채워서 무사히 도서관 입구까지 갔으나...
학생증만 있으면 입장할 수 있는 줄 알았더만 여권까지 보여달래는 것.
여권은 민박집 트렁크 속에.
오늘은 도서관 입구까지만, 내일은 문제없이 열람실에 앉아 있을 거 같다.
시간이 붕 뜬다 싶을 땐, 서점 들어가면 된다.
Pas de problème!
심지어 소르본 근처라 널린 게 서점이니까.
인상주의 끝물에 등장한 펠릭스 발로통(Félix Vallotton)은 간혹 작품 보면서 관심 갖고 있던 차였는데 오늘 좀 봤다. 에드워드 호퍼의 고요한 듯 쓸쓸한 실내 장면들은 원치 않았든 아니든 간에 발로통에게 기대고 있는 게 아닌가란 생각이 몇 점 보면서 문득 들었다.
장 꼭또(Jean Cocteau)의 데쌍 노트를 본 것도 재미난 순간. 시인이자 화가, 시네아스트. 뭐 다 가졌던 남자. <시인의 피> 같은 영화 보면, 초현실주의적 미학 속에 깨알같이 장난기를 숨겨 놓았는데, 데쌍 노트 보면서 역시 귀여움이 몸에 밴 사람이 맞다 싶었다. 펜으로 간단하게 그린 선 속에 적당히 유머가 담겨 있다. 기념으로 사고 싶었지만...참았다.
쏠 리터(Saul Leiter), 브레송(Henri Cartier Bresson)의 사진들도 다시 한번 넘겨 보고, 영화 쪽으로 무브무브.
그간 인터넷 검색으로만 눈에 익혔던 '까이에 뒤 시네마의 작은 도서관'(Petite bibliothèque des Cahiers du Cinéma) 시리즈가 책장에 가지런히 꽂혀 있었다. 그중에서 에릭 로메흐(Eric Rohmer) 의 '희극과 격언' 시리즈 중 <보름달이 뜨는 밤> <녹색 광선> <내 여자친구의 남자친구> 시나리오가 담긴 책(Comédies et Proverbes : Les Nuits de la plein lune, Le Rayon vert, L'Ami de mon amie) 샀다. 영화를 인상적으로 보긴 했으나 그 대사 하나하나를 다 기억하는 것도 아니고, 읽는 순간마다 대략 고비(겠)지만, 그래도 무모하게 한장한장 천천히 읽어나갈 생각이다. 오늘의 다짐이라면 로메흐의 시나리오를 읽는 것. 근데 헌책 아닌 이상, 책값 넘 비싸...200쪽도 안 되는 문고판형에 1도 책인데, 9.95유로. 10유로에서 5쌍띰(ceintimes) 뺀 건 그래도 봐주는 건가.
200쪽, 1도, 문고판.. 견적 나오는데
답글삭제10유로.. ㅋㅋ
그만큼 편집자들이 더 대접받기를기대한다.
델핀느.. 나 여기 자주 놀러오고 있음~
답글삭제제목은 불어라 해석하기 힘들지만 ㅋㅋ
펠릭스 발로통 작품.. 나도 함 찾아봐야겠다는~ ^^
이쪽은 사람 손 타는 게 갑이야. 서비스가 들어간다 싶으면 여지 없이 가격 상승. 파리에서 태어나 여기서 편집자를 했어야 했는데..ㅋㅋ
답글삭제발로통 작품 괜찮아요. 이 기회에 함 챙겨보심 좋을 듯.^^
답글삭제꼭또 데쌍 보면서는 선짱 생각했다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