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2/09

ma première soirée

 
 
"2월 8일 토요일, 저녁식사 어때요?"

그러니까, 빠리 체류 시작 후, 처음으로 저녁식사 초대를 받았다.
집 구한 거 축하한다며 정이 씨가 초대장을 날려주셨다.
보자르에서 미술 공부했고, 벨기에에서 실내장식과 섬유 디자인을 공부한 실력파 빠리지엔느.
남편 에흐베 씨도 사진과 영상 작업을 하는 아티스트.
부인이 한국인이다 보니 기본적인 한국말을 할 줄 아셔서 다행스러웠다.
나의 불어가 부끄러운 수준이라 안타까웠지만,
세심하게 분위기를 살피며 연신 "괜찮아요?"라고 신경 써주심.

1차 아페히티프(apéritif)
프랑스 사람들은 저녁식사를 초대하게 되면 대략 8시에 모여서 간단한 안주와 함께 식전 술 아페히티프를 마시고, 본격 식사를 10시쯤에 한 후 데쎄흐(dessert)까지 먹은 다음, 대략 날샐 때까지 노는 모양이다. 맛난 포도주와 함께 다양한 종류의 스낵으로 이미 배를 채웠지만... 오늘의 메인디쉬 불고기가 준비되고 있었다.

2차 디네(dîner)
나보다 한 살 위인 정이 씨는 음식도 잘하시고 불어도 잘하시고 남편도 재간둥이고, 무엇보다 성격과 마음씨도 좋으시다.

"희영 씨가 빠리에 온 거...참 좋을 때 온 거 같아서 기분이 좋아요."
"정말요? 너무 나이 들어 온 거 같은데..."
"아니요, 딱 좋을 때 온 거 같아요."
"저도 이제라도 오게 돼서 다행이라 생각해요."

이렇게 힘이 되는 말을 해주고는 불고기를 연거푸 구워 주심.

에흐베 씨, "빠리 어때요?"

희영, "그냥 주변에 외국인이 많다 싶고, 딱히 내가 외국에 있다는 느낌은 안 들어요. 음식이 입에 너무 잘 맞아요. 살 많이 찔 거 같아요."

정이 씨, "빠리가 희영 씨랑 잘 맞나 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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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내가 이곳의 낯선 이방인이라기보다는 주변에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있다고 느낀다. 곧 관공서 업무를 보기 시작하면서 프랑스 사람들의 그 무시무시한 싸데뻥(Ça dépend: 때와 경우에 따라 다르고, 담당자를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서비스의 질이 천차만별인, 프랑스 사람들의 알다가도 모를 기준 없는 일처리 방식을 일컫는, 쉽게 말해서 "그건 그때그때 달라요.")을 겪게 되면 생각이 좀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아직은 Ça va bien.

헤어질 때 에흐베 씨가 정이 씨에게 코치를 받아가며 해준 말, "다 잘 될 거예요."
처음 만난 사람한테 환대 받고, 이런 말까지 들으니, 맑은 기운이 몸속을 순환한다.



 
L'ombre du Quai
Hervé Penhoat, Kamakura, 2013
 
에흐베 씨의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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