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 집주인 댁으로 가서 계약서 작성했다.
백발의 단발 뱅헤어, 삐쩍 마른 작은 체구, 스키니진에 검은 스틸레토힐을 신은
70대 중반 할머니, 마담 비노.
할머니도 참... 이런 할머니 참 귀엽다. 나이 들어도 녀자는 녀자, 빠리지엔느는 빠리지엔느.
틈만 나면 쇼콜라를 계속 권하셔서 사양 않고 낼름낼름 먹어치움.
말은 잘 안 통해도... 프랑스어, 영어, 눈빛을 동원해서
부동산 중개인이 사전에 지시해준 대로 무사히 계약서에 서명하고,
19일 저녁 6시 30분 열쇠 건네받기로 했다.
드디어 빠리 하늘 아래 온전히 나를 위한 공간 하나 생기는 거.
집을 계약했으니 거주 증명서도 생겼고, 다음 순서는 은행 계좌 만들기.
한국에서는 은행에 가면 바로 통장을 만들 수 있지만, 프랑스는 아니다.
일단 은행에 가서 직원에게 방문 이유를 설명하고, 미팅을 잡아야 한다.
바로 안 해준다는 얘기. 뭘 바로 안 해주는 건 은행뿐만이 아니다.
각종 홈페이지에 회원 가입을 해도 바로 로그인이 안 된다. 허허.
아직도 중요한 서류는 수기로 써서 우편으로 주고받으며
집 구할 땐 특히 세입자의 신분을 보증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지인이 보증인이 되어 주면 제일 좋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은행에 보증예치금을 넣어 그걸로 보증인을 대신해야 한다.
뭔가를 단번에 해주는 법이 드물고, 보증의 절차를 기본으로 깔고 가는 게
여기 사람들의 일 처리 방식인 듯하다.
내일 정이 씨가 은행에 함께 가주기로 했다.
계좌 만드는 데 보증인이 필요한 건 아니지만,
잘 아는 은행장이 있다고 해서 그 지점으로 가기로 했다.
점심은 내가 쏘는 걸로~
아!
어학원 내일부터 수업 시작. A2 반 배정.
(A1-입문, A2-초급, B1-중급, B2-고급)
프랑스어 폭풍 성장을 목표로. 앗싸.
뭘 바로안해주는ㅋㅋ
답글삭제도도한 도시군, 새침떼기한텐 그저 딱이야~
낯설다.. 귀족과 계급주의가 아직 남아있을거 같은 느낌!
답글삭제그치 새침떼기한테 아주 그냥 딱이지.ㅋㅋ
답글삭제응 그런 거 조금 있는 거 같아. 그래서 새로 만난 사람과 가까워지는 거 쉽지 않은 모양이야. 뭐 생각해보면 어디는 또 안 그런가 싶기도 하고. 꼭 귀족주의 운운하지 않더라도 도시의 삶이라는 일종의 평균화된 습성 같은 것? 인종과 계급을 떠나...
답글삭제Nana! 안국역 근처가면 왠지 나나양을 만날수 있을것만 같은.^^ 빠리는 어디든 프랑스식 광화문같을것만...^^
답글삭제아 진짜 그런 착각도 무리는 아니에요..ㅋㅋ 이미 풍경이 눈에 익어서 "나 진짜 빠리에 있는 거임?" 되묻게 되는... 오늘도 몇 번 나에게 물었다는. 프랑스식 광화문... 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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